안솔지, 지선경, 정진 그룹전 《항해자》

2021.11.4 -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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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항해자》는 원앤제이 플러스원, 아티팩츠, 그리고 이젤이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로 관람객으로 하여금 전시를 ‘보는’ 태도에서 벗어나, 더욱 동적인 태도로 미술을 향유해보길 제안한다. 이번 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미술 시장의 흐름에 발맞춰 더욱 열린 태도를 갖고, 미술을 매개로 세상과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해보고자 한다. 온·오프라인 공간 및 작가·갤러리 간의 유기적 협업과 관람객의 동적인 작품 감상을 목적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 《항해자》는 80-90년대 출생의 젊은 여성 작가 안솔지, 정진, 지선경이 참여한 3인 전이다.

안솔지(b.1990)는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 겪은 여러 도시 간의 이주 경험을 통해 자신의 몸이 주위에 따라 다르게 반응함을 체감해왔다. 그녀가 지각하는 몸은 인종·성별·나이처럼 사회적으로 재단되는 외양으로서의 몸이 아니라 외부 공간을 예민하게 읽고 반응하는 내적 체계의 발현으로서의 몸이다. 그녀는 올 1,2월 아트 스페이스 보안(보안1942)에서 연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설치작 《기르던 것들》(2021)에 더해 신작 《결렬에서 해방되기 1, 2》(2021)를 추가해 이번 전시에서 공개한다. 《기르던 것들》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던 식물을 작가가 혼합 수집해서 보존 처리한 작업이다. 새로운 터전에서 새로운 반응을 내며 주체성과 생명성을 사유하는 이들은 작가가 신체를 플랫폼 삼아 시도하는 실험적 행위와 가역반응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결렬에서 해방되기》는 여기저기 장소를 돌아다니며 뿌리를 내리고자 하는, 작가가 생각한 '숙명'에 대한 메타포이자 '연결'에 대한 욕망과 감정 상태를 드러낸 작업이다. 수집된 자연물과 인공물, 약품을 비롯해 실험실의 소품처럼 진열된 오브제와 작가노트는 피로하고 어지러운 환경에 지쳐버린 신체가 발화하는 솔직한 에세이이자 내적인 음성으로 전달된다.

정진(b.1984)은 한국 전통 설화, 디즈니 만화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이야기를 소재로 회화 작업을 선보여왔다. 원작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화면에 부분적으로 등장시키지만 내러티브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아니고, 서로 연관 없는 도상이나 상이한 시공간의 이미지 파편, 추상의 기호를 결합해 독자적인 화면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그림의 바탕체인 종이 일부를 오리고 접어 뒷면의 이미지를 노출하는 식으로 화면 안에 여러 공간감을 내려고도 해왔다. 그녀는 이번 전시 《항해자》에서 전시장의 한 외벽을 차지하는 윈도 공간에 설치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작품 《징후가 보이는 밤》(2020)과 《잠시 멈춘 밤》(2020)을 유리 벽 양면에 각각 맞대어 걸고, 작품을 가로지르는 효과선을 윈도 전반에 크게 확장하여 설치했다. 관람객의 위치와 시선에 따라 작품과 공간 이미지가 다르게 보이고 변주된다.

독일과 국내를 오가며 활동해왔고 얼마 전까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있었던 지선경(b.1983)은 일상에서 발견하고 느끼는 내면의 생각, 기억, 감정을 글로 기록한다. 그 뒤 글을 바탕으로 대상의 형태, 색, 공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이를 선이나 면과 같은 기하학적 조형 형태로 재구성한다. 작가는 형상을 종이 콜라주로 재구성하는 작업 과정에서 생기는 이미지 레이어에 흥미를 느낀다고 한다. 그녀는 이번 전시에서 인간의 48가지 감정을 표현한 종이 콜라주 시리즈 《bring about (___)》과 《양면 드로잉》을 선보였다. 인간의 감정에 대해 탐구한 시리즈 《bring about (___)》은 스피노자(Baruch Spinoza, 1632-1675)가 분류한 3가지 기본 감정(기쁨, 슬픔, 욕망)을 45가지의 복합적 감정(질투, 환희, 소심 등)으로 확장한 작업이다. 《양면 드로잉》은 《bring about (___)》에서 발견한 조형적 형태를 바탕으로 발전시킨 드로잉 시리즈다. 지선경은 양면으로 감상 가능한 드로잉을 투명 비닐 사이에 끼워 넣고 옷걸이에 걸어 설치했는가 하면, 얇은 철제 조각으로 만든 입체 추상 도형을 바닥에 세우고 그 위에 곤충 모형을 올려 관람에 유희적 요소를 주고자 했다.